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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t H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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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4. 01 - 2022. 04. 28

작가 : 장파


《플랫 홀》, 들여다보는 손가락

책과 동명의 전시로 이루어진 프로젝트 《플랫 홀》은 미술사 속 하나의 ‘작은 미술사’를 다루고자 하는 장파의 장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장파는 장기간 수집한 다양한 여성 재현의 이미지 위에 직접 드로잉을 하고 실크스크린을 덧입힌 작업을 선보인다. 아카이브 이미지에는 여성 미술가의 페미니즘적 혹은 자기재현적 작품뿐만 아니라 남성 미술가의 여성 혐오적인 작품, 전설과 신화에 뿌리를 둔 여성 괴물의 모습, 성화 등이 혼재한다. 따라서 이 이미지들은 여성이 재현되거나 표현되었다는 점 외에는 하나의 공통된 주제나 관점을 지니지 않는다. 장파는 이 이미지들을 작가의 관점에서 엮고 재해석하여 맥락을 부여하는데, 이 작업은 기존 미술사와 시각 문화에 대한 남성 중심적 해석과 거리를 둔다.

이미지 생산은 화가의 직관에 의존할 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당대의 사회문화적인 상황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유디트, 살로메 등 성경이나 옛 신화 속 여성들이 19세기 후반부터 남자에게 위협적인 팜므 파탈로 새로이 재현되고 조명된 것, 여성의 범주를 남성에게 성적인 만족을 주는 존재 아니면 가족들을 돌보고 아이를 낳는 존재로 나눈 것은 당시 서구에서 여성해방운동이 대두된 상황과 관련이 있다. 이처럼 아카이브 이미지들이 당대의 이데올로기나 상황에 대한 일종의 긍정적/부정적 반응이라면, 장파는 드로잉을 통해 이 이미지들이 품고 있는 의미를 한 명의 동시대인으로서 재구성하고 그것에 반응하여 해석의 여지를 넓히고자 시도한다. ‘작가’의 관점을 취하는 만큼, 언어로 서술 가능한 형태의 명시적인 주제를 제시하기보다는 이미지의 배치와 드로잉을 통해 직관적인 사유의 흐름을 보여준다.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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