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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ing Pattern(제각각의 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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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06 - 2020. 11. 28

작가 : 박지인, 박현진


<Loving Pattern>은 '개와 가족이 되는 경험'을 담은 패브릭으로 전시장에 제시된다. 가족들이 각자의 가족 구성원인 반려견과의 접촉을 떠올리며 그린 ‘드로잉 터치’는, 전시 기간 중 반려견을 위한 옷과 담요로 만들어져 가족들에게 다시 전달될 것이다. 전시장을 점유한 큰 패브릭이 옷과 담요로 잘려나가는 시간과 작업의 과정은, 동물의 한 종(species)인 개라는 무리에서 출발하여 인간 가족 내에서 이름을 가진 특별한 존재가 되는 반려견의 모습을 함축한다 .

'반려견'이라는 단어가 '애완견'을 대체하고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여전히 버림받는 개들은 늘어가고 있고, '반려견'의 의미는 무게를 갖지 못하고 있다고 보인다. 이는 비단 비인간동물과 인간간의 관계에서 촉발되는 것이 아닌, 동시대의 ‘가족’이라는 개념의 무게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와도 맥락을 함께한다. 다만, 가족의 결속력이 매우 약해지고 있는 상태에 인간이 중심이 되어 합쳐지고 갈라지기를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 비인간동물에게 선택의 기회란 없다. 제각각의 털은 이러한 상황을 직접적으로 조사하고 외부에 알리는 고발적인 태도를 취하기보다 이 상황의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기저를 찾아보고 싶다는 의도로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스물 세 가족을 만났다. 처음으로 가족을 만난 개와, 늙은 개와의 삶, 오랜 개와의 이별, 한 번 버림을 받은 개들은 삶을 같이 하자고 일방적으로 다가오는 인간들에게 어떠한 과정으로 가족임을 인정하는가.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이번 전시에서 제각각의 털은 개와 사람이 가족이 되는 경험에 다가가고자 한다.

스물 세 가족의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를 가족으로 여겼던 경험을 듣고 이것을 전시로 이어서 ‘삶을 함께한다’라는 개념을 보다 확장된 가족의 개념으로 환기시키는 것이 <제각각의 털> 콜렉티브의 첫 번째 목표이다. 이것은 기존의 이미 구축된 전통적인 방식의 가족 시스템에 반려동물을 편입하고 쉽게 퇴출하는 방식과 분리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소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전시가 사람 이외의 존재들의 권리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은 인간의 삶으로 화살표가 돌아오고 또 질문이 되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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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각각의 털>

'털'은 '사람이나 동물의 피부에 나는 가느다란 실 모양의 것’으로 이/이빨과 같은 단어처럼 사람과 동물이 사용하는 단어를 구분 짓지 않고 한 단어를 통해 동일한 의미로 쓰인다. 박지인과 박현진의 콜렉티브 이름인 <제각각의 털>은 사람과 동물을 동등한 위치에 놓기를 시도하는 것과 동시에 어떤 대상을 범주화하여 부르지 않고 각각의 이름을 불러주듯 대하는 것에 목적을 가진다. 인간이 만들어낸 사회 구조 속에서 우리가 시급하게 각각의 이름을 불러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상은 인간 외의 존재, 인간임에도 중심부에 놓여있지 못하고 점점 바깥으로 밀려나는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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