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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B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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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09 - 2020. 10. 30

작가 : 이지유, 고정순, 김효은, 최향랑, 이서연, 유선주, 윤지원, 권희주, 박정완, 이소영, 정진호, 스테레오프레스(박상아 / 이혜진)


NaCl. 염화나트륨. 소금의 화학식입니다. 산속에서 캐낸 암염, 햇빛과 바람이 만든 천일염, 전통 방식으로 끓여 만든 자염, 모두 염화나트륨, 화학식은 NaCl입니다. 그런데 화학식이 같은데, 소금마다 맛이 다른 이유는 뭘까요. 아마도 제조과정에서 약간씩 섞이게 되는 불순물 때문은 아닐까요. 어쩌면 이데아, 원형에 이르지 못하게 하는 불순물이 소금의 고유함을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재현이 곧 복제는 아니지만, 복제는 일종의 재현입니다. 사람의 손이 아닌, 기술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다를 뿐이죠. 가장 최신의 기술 복제일수록 원본과 복제품의 차이가 작아요. 그런데 차이가 작다고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닙니다. 2010년 이후, 공판 인쇄의 일종인 리소 인쇄가 일러스트레이션과 디자인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요. 리소 인쇄는 색상마다 별도의 잉크로 인쇄해야 하고, 핀트가 어긋나기도 하고, 사진을 온전히 표현할 수 없는 등, 여러 단점이 있는 인쇄 방식이에요. 그런데도 그 완벽하지 않은, 불완전한 특유의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어요. 판화도 마찬가지예요. 오래된 인쇄술이고, 완벽하지 않아요. 하지만 불완전하기에 특별합니다. 완벽하지 않은 기술이, 불완전한 복제가 이 시대 판화의 고유함을, 특별함을 만들고 있어요. 다양한 직업군의 창작자가 판화를 매개로 모이며 여러 작품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실크스크린과 리소 인쇄로 복제하고, 에칭 판화로 그림책을 기획하고, 상상 속 이미지를 지판으로 표현합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책을 만들어요. 출판사를 통해 출간하기도 하고, 독립서적을 만들어 독립서적 마켓에서 판매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컨텐츠가 웹과 미디어를 통해 소비되는 만큼, 책 또한 오래된 매체라서 나이 지긋한 판화와 친하게 지내고 있거든요.

<PmBO2>는 판화, 리소 인쇄를 기반으로 한 여러 서적을 소개하고, 관련 있는 이미지, 텍스트를 함께 선보이는 전시입니다. 제목은 ‘Printmaking & Book’을 화학식처럼 적어봤어요. 저마다 다른 불순물을 간직한, 고유하고 특별한 서적을 준비했습니다. 판매도 하고 있으니, 빈손으로 오셨다가 소중히 안고 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지유 - 저기 어딘가 블랙홀 / 한겨레 출판
고정순 - 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 / 만만한 책방
김효은 - 잠자리 시집보내기 / 문학동네
최향랑 - 믿기어렵겠지만, 엘비스 의상실 / 사계절
이서연 - The bench / 더미북(가제본)
유선주 - The guest / 더미북(가제본)
윤지원 - 주조공장 / 독립출판
권희주 - 자유로 가는 길 / 더미북(가제본)
박정완 - 반짝벌레 / 현암사
이소영 - 그림자너머 / 글로연
정진호 - 전설의 아이템 / 독립출판
스테레오프레스(박상아 / 이혜진) - The other side / 독립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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